
위르겐 클린스만의 완벽한 태세 전환이다.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영국 공영 방송 ‘BBC’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선수로서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을 두 번이나 우승한 위르겐 클린스만이 전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의 우승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22일 스페인 빌바오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산 메마스에서 열린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손흥민도 15년 만에 ‘무관’ 꼬리표를 뗐다. 토트넘 합류 후 손흥민은 매 시즌 발전하며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했다. 현재 토트넘 소속 10년 동안 454경기 173골 94도움을 올리고 있다. 유일한 흠이라면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완벽한 커리어의 방점을 찍었다.
사진=BBC
‘BBC’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토트넘이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 오랜만의 우승이 기쁘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팬들이 특히 기쁠 것이다. 정말 명예로운 트로피디. 우리는 코치진으로서 여기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힘든 경기지만 모든 토트넘 팬들에게 가치 있는 경기였기에 정말 기쁘다”라고 전했다.
첫 우승을 차지한 손흥민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매체는 ‘한국에서 손흥민과 함께 일했는데, 그에게 기쁜 감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은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와 똑같은 감정이다. 이제 손흥민이 UEL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건 정말 환상적이다. 선수 생활 내내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두 사람 모두 마침내 무언가를 이루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며 치켜세웠다.
한국 국가대표팀을 지도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현역 당시 토트넘의 전설로 활약했다. 그는 1994-95시즌 당시 AS 모나코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그는 한 시즌 동안 리그 41경기 21골을 터트렸고, 당시 기자연맹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토트넘을 떠나 뮌헨, UC 삼프도리아 등에서 뛰던 클린스만 감독은 1998년 다시 북런던으로 돌아왔다. 당시 강등권에서 허덕이던 토트넘은 클린스만 감독의 복귀에 힘입어 극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지도자 커리어는 최악이다. 특히 한국 대표팀 시절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023년 2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당시에도 불투명한 선임 절차로 잡음을 일으키며 업무를 시작했다.
우려에 맞게 감독으로서 능력은 최악이었다. 재임 기간 중 국내 거주 조건이 있었음에도 클린스만은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 귀신같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 축구사에서 전무후무한 대표팀 명단 팩스 발표도 이때 생겼다.
경기력도 엉망이었다. 과거 시절에 멈춰있는 후진적인 축구 전술로 대표팀 황금 세대를 낭비했다는 평가다. 선수 기량에만 의존했고 상대를 공략할 뚜렷한 전술 대책도 전무했다.
사진=기브미스포츠
사진=손흥민 SNS
최악의 정점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에 한 사건으로 집결된다. 예선부터 저조한 경기력으로 비판받던 대표팀은 꾸역꾸역 승리를 챙기며 4강까지 올랐다. 그러나 팬들에게 일명 ‘탁구 게이트’로 알려진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설이 터지며 팀 분위기는 나락으로 향했고, 결국 졸전 끝에 4강 탈락을 당했다.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성적 부진과 더불어 근무 태만 등의 책임으로 해고됐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후에도 외신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표팀 뒷담화를 해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슈피겔’을 통해 “한국 대표팀 감독에 대한 내 이야기는 농담조였는데, 이후 정몽규 회장에게서 정말로 연락이 왔다”등 망언을 일삼았다.
손흥민에 대한 험담도 가관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트랜스퍼마크트’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 있었고 나와 코치들은 이 싸움에 관련이 없다. 하지만 언론에서 코치들을 부정적으로 보도했고 협회가 책임을 전가했다”라며 주장했고, 가장 최근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강인이 좋지 못한 농담을 했고 손흥민이 이에 주먹질을 했기 때문에 아시안컵 경기에 영향이 갔다”라며 망언했다.
이번 손흥민과 토트넘에 대한 칭찬은 UEL 우승을 틈타 자연스럽게 긍정 여론을 타려는 추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 이해할 수 없는 일명 ‘유체이탈’ 화법을 자주 보여준 클린스만 감독이기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행한 발언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런 점이 한국 축구팬들을 더욱 열 불나게 만드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