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격적인 선임 발표 후 옮긴 대구행 발걸음, 그를 기다린 건 ‘4골차 대패’였다.
대구FC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병수 감독이 27일 전북 현대전을 ‘직관’했다. 이날 오전 선임 발표가 이뤄진 뒤 곧바로 대구행 기차에 올랐다. 6월 1일 광주FC전부터 그라운드에서 팀을 이끄는 상황. 전북전은 서동원 감독대행이 치르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최하위로 처진 대구의 상황에서 반등을 일궈내기 위해선 1분1초가 아깝다는 게 대구 수뇌부와 김 감독의 판단. 김 감독은 이날 경기장 한켠에 마련된 장소에서 전북전을 지켜보며 선수단 파악에 골몰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 대구는 이날 전북에 전후반 각각 2골씩을 내주면서 0대4로 대패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서 대행이 들고 나온 ‘하이 프레싱’이 어느 정도 통하는 듯 했다. 그런데 전반 16분 나온 자책골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이렇다 할 반격 시도를 하지 못한 채 전북의 페이스에 끌려 다녔다. 서 대행이 전반에만 교체 카드 두 장을 활용해 변화를 꾀했지만, 오히려 추가시간 티아고에게 두 번째 실점했다. 후반 초반에도 잠시 흐름을 가져오는 듯 했지만, 결정을 짓지 못하면서 다시 전북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 결국 후반 20분과 26분 잇달아 실점했고,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덤덤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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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지략가’로 불린다. 영남대 시절 이명주, 김승대 등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을 길러내며 대학 무대에서 성과를 남긴 그는 서울 이랜드를 거쳐 2018년 강원FC 지휘봉을 잡았다. 강원 시절 초반 독특한 포메이션 운영과 극단적 효율을 추구하는 일명 ‘병수볼’로 주목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적응한 상대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고, 선수 운용 면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등 한계도 분명히 드러난 바 있다. 2021시즌 강원FC에서 해임된 후 재충전 시기를 거쳐 2023년 수원 삼성 지휘봉을 잡은 뒤엔 실리적인 전술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당시 강등권을 헤매던 팀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결국 넉 달만에 경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대구에서 다시 K리그에 도전하는 김 감독이 성공을 이끌어낼 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원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 K4리그 소속 FC충주 총감독을 맡았다. 그동안 K리그에서 쌓은 경험과 최근까지 현장에서 활동한 부분은 대구에서의 빠른 적응에 장점으로 작용할 만한 부분. 다만 극도의 부진 속에 최하위까지 굴러 떨어진 대구의 당면과제가 반등과 잔류로 명확히 고정된 상황에서 김 감독이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년 전보다 진화한 K리그1에 지난 경험 만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김 감독은 29일 대구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 상견례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전북전을 지켜보며 내린 반등 처방도 곧 모습을 드러낸다.